
처음엔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휩쓸렸다
결혼 준비라는 게 처음에는 그냥 주변에서 하니까 나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다들 강남 웨딩홀 추천 리스트를 들고 다니길래 나도 일단 발품부터 팔아보기로 했다. 막상 상담을 가보니 생각보다 예식 비용이 엄청났다. 대관료에 식대, 꽃장식 추가 비용까지 더해지니 눈앞이 캄캄해지더라. 특히 삼성역 인근이나 신도림 쪽 웨딩홀은 주말 피크 타임 대관이 벌써 1년 뒤까지 꽉 차 있다는 말에 더 조급해졌다. 나는 그냥 적당히 조용히 하고 싶었는데, 막상 상담실에 앉아 있으면 ‘이 정도 옵션은 넣어야 하객들이 욕 안 한다’는 식의 분위기가 깔려 있다. 그런 압박감이 사실 좀 피곤했다.
웨딩드레스샵 투어에서 느낀 묘한 피로감
드레스 샵 투어도 다들 설레는 마음으로 간다는데, 나는 왠지 모를 숙제하는 기분이 더 컸다. 몇 군데를 돌아다녀 봐도 사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기도 하고, 샵 실장님들이 ‘이건 정말 흔치 않은 디자인’이라고 칭찬하는데 거울 속 내 모습은 그냥 하얀 천을 두른 사람 같았다. 한 벌당 피팅비만 5만 원에서 10만 원씩 내면서 돌아다니는데, 이게 과연 나를 위한 시간인지 아니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검수 과정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드레스를 입고 나오면 옆에서 사진 찍느라 바쁜 예비 신랑 표정도 점점 굳어가는 게 보였고, 그 짧은 찰나에 결정을 내리라는 무언의 압박이 꽤 무거웠다.
남자 예복과 이바지 음식의 딜레마
결혼 준비하면서 제일 짜증 났던 건 생각보다 이런저런 자잘한 항목이 너무 많다는 거였다. 특히 남자 예복은 그냥 기성복 맞추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것도 상담받으러 가니까 원단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이름 있는 곳은 한 벌에 15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정작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자주 입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바지 음식 문제도 그랬다. 전주 이바지 음식이 유명하다고 해서 알아봤는데, 가격대가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 단위까지 가더라.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꼭 필요한 건가 싶으면서도, 막상 안 하면 나중에 시댁에서 뭐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서 울며 겨자 먹기로 예약했다.
20분 예식이라는 비현실적인 가성비
요즘 커뮤니티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전통 혼례를 하거나 스몰 웨딩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예식장 대관 시간 90분 중에 정작 본식은 딱 20분 정도면 끝나버린다. 그 짧은 시간에 3천만 원이 넘는 돈을 쓴다는 게 다시 생각해도 가성비가 안 맞는다. 곤룡포를 입거나 전통 분위기를 내는 것도 좋지만, 결국 남는 건 사진이랑 영상뿐인데 과연 이게 나중에 얼마나 소중하게 기억될까 싶다. 주변에서는 다들 하니까 당연하게 여기는데, 나는 준비하는 내내 이 거대한 비용이 어디로 증발하는 건지 계속 의문이 들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결혼식을 다 끝내고 나면 속이 후련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준비 과정에서 겪었던 그 자잘한 갈등이나, 예산 때문에 서로 눈치 보던 기억들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주변에서 재혼 소식이나 결혼 소식을 전해 들을 때마다 ‘저 사람들은 정말 행복해서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절차를 밟는 걸까’ 하는 삐딱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예식장이 화려하면 뭐 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간소하게 하자니 서운해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것도 답이 아니고. 결국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냥 적당히 남들 하는 만큼 하고 끝낸’ 커플 중 하나로 기억되겠지. 이게 맞는 건지, 아니면 더 다르게 할 방법은 없었는지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냥 결혼이라는 게 이런저런 미련과 비용을 치르고 지나가는 과정인가 보다.
이바지 음식 생각하면, 진짜 부담되네요. 사진처럼 예쁘게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돈으로 다른 경험에 투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전통 혼례 생각도 해봤는데,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서 오히려 부담스러웠어요. 사진 영상 외에 다른 소중한 기억은 만들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자 예복 원단 가격 차이 때문에 진짜 답답했어요. 저는 옷을 잘 입지 않아서, 정말 필요한 곳에만 쓰려고 했는데...
드레스 피팅하면서 느껴지는 압박감이 꽤 컸던 것 같아요. 특히 사진 찍는 사람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