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홀 투어 다니느라 주말마다 녹초가 됐던 기록

웨딩홀 투어 다니느라 주말마다 녹초가 됐던 기록

처음엔 다들 그렇게 의욕만 앞서는 건가 봐요

결혼 날짜가 잡히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게 웨딩홀 투어였는데, 처음에는 무슨 로망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인터넷에서 예쁜 사진들 찾아보면서 여의도 근처 야외 웨딩도 알아보고, 서울에 새로 생겼다는 신상 호텔 웨딩홀도 리스트에 넣었죠. 근데 막상 주말마다 발품을 팔아보니까 이게 그냥 예쁘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더라고요. 신도림 라마다호텔 웨딩이나 엘타워 같은 곳들은 예약 잡는 것부터가 일이었어요. 상담 예약만 한 달 전에 미리 해둬야 간신히 시간을 맞출 수 있으니까요. 첫날은 의욕 넘치게 구두 신고 나갔다가 세 군데 돌고 나서는 진짜 다리가 퉁퉁 부어서 그날 저녁에 찜질방을 찾을 뻔했어요.

견적 상담받을 때마다 드는 묘한 기분

상담실에 앉아서 실장님들이 태블릿으로 보여주는 화면들을 보고 있으면, 이게 무슨 게임 캐릭터 능력치 올리는 것도 아니고 선택지가 너무 많아요. 특히 식대랑 보증 인원 계산할 때가 제일 머리 아팠어요. 서울 호텔 웨딩은 기본으로 10만 원 중후반대를 부르는데, 요즘 물가가 비싸다곤 하지만 막상 숫자로 보면 좀 아찔하긴 하더라고요. 상담받다가 갑자기 다른 커플들은 보증 인원 300명씩 잡는다는 얘기 들으면 우리만 너무 소박하게 하나 싶다가도, 막상 계산기 두드려보면 또 그게 아니고요. 수원 쪽 예식장까지 나가볼까도 고민했는데, 거리 생각하면 하객들한테 미안할 것 같아서 결국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스드메 패키지의 함정과 현실적인 고민

웨딩홀을 정하고 나니까 그다음은 스드메였는데, 이게 진짜 끝이 없어요. 박람회 같은 데 가면 무슨 50개 업체가 제휴되어 있다고 해서 갔는데, 사람들에 치여서 제대로 설명도 못 듣고 왔어요. 신상 웨딩드레스 보장해 준다는 말은 듣기엔 좋은데, 막상 계약서 자세히 읽어보면 추가금 파티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죠. 메이크업 부원장 지정이라든가 본식 날 스냅 촬영 옵션 같은 걸 하나씩 더하다 보면 처음 상담받았던 가격보다 100~200만 원은 우습게 올라가더라고요. 그냥 패키지로 묶어서 한 번에 해결하는 게 정신 건강엔 좋겠다 싶다가도, 가끔은 내가 너무 성의 없이 준비하는 건가 싶은 죄책감도 들고 그랬어요.

여의도와 강남 사이에서 길을 잃은 기분

여의도 쪽은 교통이 편해서 좋긴 한데 주차 문제가 항상 걸리고, 강남은 호텔 웨딩 특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좋은데 예식 간격이 너무 촘촘해서 공장형 결혼식처럼 느껴질까 봐 걱정이었어요. 친구들 결혼식 다닐 땐 그냥 뷔페 맛있네, 꽃 장식 예쁘네 하고 말았는데 막상 제가 하려니 따질 게 너무 많더라고요. 어떤 홀은 천장이 너무 낮아서 답답해 보이고, 어떤 곳은 로비가 너무 좁아서 하객들이 다 섞여버릴 것 같고. 다 완벽한 곳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단점만 더 크게 보이는 게 참 이상해요.

일단 저질러놓고 나니 드는 생각

결국 어디로 할지 결정하고 계약금 걸고 나왔는데, 속 시원하기보다는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멍하더라고요. 계약하고 나오면서 예랑이랑 편의점에서 커피 하나씩 사 마시는데, 날씨는 또 왜 이렇게 좋은지. 우리는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살고 있나 싶다가도, 어차피 한 번 하는 거니까 제대로 하자는 마음이 또 드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아직도 우리가 잘 결정한 건지, 나중에 다른 곳 가서 더 예쁜 곳을 봤으면 어땠을지 가끔 미련이 남아요. 아마 결혼식 끝날 때까지는 이 찝찝한 의구심이 계속 따라다닐 것 같아요.

댓글 2
  • 스드메 추가금 때문에 진짜 답답하셨겠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계약 전에 꼼꼼하게 확인하는 족족 더 붙어서 가격이 올라가는 걸 느껴봤거든요.

  • 천장 낮아서 답답한 느낌, 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요. 특히 로비가 좁으면 하객들 때문에 불편할 것 같아서 더 신경 쓰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