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류 내밀기 전까진 가벼운 마음이었다
주변에서 하나둘씩 결혼 소식이 들려오니까 그냥 마음이 붕 떴던 것 같다. 딱히 누가 소개해주지도 않고, 앱으로 사람 만나는 건 너무 지쳐서 그냥 한 번 가보기나 하자는 생각이었다. 강남 쪽 빌딩에 있는 상담소였는데, 사실 입구에서부터 약간 긴장했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매니저님이 웃으면서 반겨주는데, 그 분위기 자체가 이미 ‘나 여기 진심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민망하기도 하고. 듀오나 가연 같은 큰 곳들 이야기를 들을 땐 그냥 흔한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 신상을 적어서 내려고 하니까 기분이 묘했다. 학력, 연봉, 자산 상태까지 다 적어내야 하는데 무슨 은행 대출 심사받는 기분이었다. 나이가 서른 중반쯤 되니까 이렇게라도 해서 사람을 만나야 하나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돈 내고 사람을 고르는 건가 싶어서 서류를 펜 끝으로 툭툭 건드리기만 했다.
억 소리 나는 가입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매니저님이랑 상담하면서 제일 놀란 건 역시 금액이었다. 가입비가 생각보다 훨씬 셌다. 웬만한 직장인 한 달 월급은 가볍게 넘어가니까. 솔직히 그 돈이면 차라리 여행을 다니거나 취미 생활에 쓰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 근데 상담하시던 분이 하는 말이, ‘여기는 시간을 사시는 거예요’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닌데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횟수 제한이 있고, 횟수가 다 차면 다시 연장을 해야 한다는 시스템이 마치 정기 구독 서비스 같기도 하고. 예전에 뉴스에서 웨딩플레이션이니 뭐니 하더니, 결혼 가는 길목부터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서야 원. 부산에서 올라온 친구가 최근에 결혼정보회사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나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걸 실감했다.
사람 만나는 게 업무처럼 느껴질까 봐 겁났다
매니저님이 내 프로필 보면서 ‘이런 분은 인기가 많아서 금방 매칭될 거예요’라고 말해주는데, 그게 칭찬인지 장삿속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만나기 전에 서로 조건 다 보고, 부모님 직업까지 확인하고 나가는 건데, 과연 이게 자연스러운 연애일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카페 솔라뷰 같은 데서 미팅 행사도 한다는데, 그런 자리에 나가서 16명씩 앉아 눈치싸움 할 생각을 하니 벌써 기가 빨렸다. 차라리 그냥 자연스럽게 술 한잔하면서 친해지는 게 낫지, 검증된 조건 뒤에 숨어서 사람을 대하는 게 맞는 건지.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그 상담 서류 복사본을 멍하니 쳐다봤다.
결정적인 한 방이 없어서 망설여진다
결국 그날 당장 결제는 안 하고 그냥 나왔다. 매니저님은 고민해보고 연락 달라고 명함을 줬는데, 가방 깊숙이 넣어두고 아직까지 꺼내보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한번 해보라고, 요즘 다들 그렇게 한다고 부추기는데 왜 나는 그게 안 내키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아직 결혼에 대해 절실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고, 아니면 내가 너무 재고 따지는 인간이 된 걸지도 모르겠다. 며칠 뒤에 다시 연락이 왔다. 지금 가입하면 이벤트 혜택이 어쩌고 하는데, 그런 프로모션 문자를 볼 때마다 점점 더 흥미가 떨어진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까지 시스템화되어야 하나 싶고. 당분간은 그냥 이렇게 혼자 지내는 게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돈을 써서라도 안전한 울타리를 찾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내 자유가 소중한 건지 아직 스스로도 답을 내리지 못했다. 이 고민이 언제 끝날지, 아니면 결국 내일 다시 전화를 걸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웨딩플레이션 얘기는 정말 공감되네요. 제가 예전에 비슷한 고민을 했던 적이 있어서 그런 부분이 특히 와닿았어요.
횟수 제한 시스템이 정기 구독 서비스 같아서, 시간 투자에 대한 부담이 느껴지네요.
횟수 제한 시스템이 정기 구독처럼 느껴지네요. 저도 비슷한 고민 전에 시간 투자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게 좋겠어요.
카페 솔라뷰 같은 데서 미팅 행사 생각하니까 벌써 기가 빨렸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오히려 불안해지는 걸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