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에서 인연을 찾는다는 생각
친구가 갑자기 ‘나는 절로’라는 행사를 링크로 보내줬을 때 처음에는 좀 헛웃음이 나왔다. 낙산사에서 청춘남녀들이 모여서 인연을 찾는다는 건데, 사실 나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라 슬슬 주변에서 결혼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연애를 안 한 지는 꽤 됐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7월쯤 강원도 낙산사에서 행사가 열린다고 하길래, 그냥 한 번쯤 경험 삼아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비는 대략 10만 원대 초반이었던 것 같은데, 사실 돈보다도 낯선 사람들과 그런 공간에서 섞인다는 게 훨씬 더 큰 장벽이었다.
낙산사의 고요함과 어색한 공기
낙산사는 풍경이 정말 좋았다. 해수관음보살님이 내려다보는 그 평화로운 분위기는 확실히 다른 세상 같았다. 근데 막상 도착해서 다른 참가자들을 보니까 갑자기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다들 비슷한 마음으로 왔겠지 싶으면서도, 누가 봐도 나보다 훨씬 적극적인 사람들만 모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풀릴 줄 알았는데, 막상 앉아 있으니 다들 서로 눈치만 보느라 바빴다. 스님이 말씀하시는 아름다운 인연에 대한 이야기들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내 옆에 앉은 사람이랑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만 하느라 식은땀이 났다.
대화가 막힐 때의 그 묘한 기분
점심시간에 나물 반찬이 나왔는데, 옆에 앉은 분이 반찬 맛이 어떠냐고 툭 던진 질문에 ‘그냥 나물 맛이네요’라고 대답해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멍청한 대답이었다. 거기서 조금 더 살을 붙여서 ‘낙산사 경치가 좋아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지네요’ 정도로 받아쳤으면 좋았을 텐데, 왜 나는 항상 중요한 순간에 말이 짧아지는지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은 화기애애하게 웃으면서 대화하고 있는데, 나만 왠지 대화의 흐름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이게 연애를 안 한 지 오래된 사람의 한계인가 싶기도 하고, 괜히 여기 온 건가 싶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억지로 인연을 만든다는 것의 피로함
사실 ‘아름다운 인연’이라는 말은 참 듣기 좋지만, 현실에서는 그게 참 무겁게 다가온다. 누군가를 새로 알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쓰는 일이었다. 8년 전 월드컵 때 멕시코 팬들이 우리를 보고 아름다운 인연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인연은 아름답지만, 내 짝을 찾는 과정은 왜 이렇게 소모적인 기분이 드는 걸까. 템플스테이 일정이 끝나갈 무렵이 되니 다들 연락처를 교환하느라 바빴지만, 나는 그냥 조용히 짐을 챙겼다. 누구 하나 붙잡고 커피라도 한잔하자고 말할 용기가 끝까지 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느낀 씁쓸한 마음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는데 문득 내가 너무 조급해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었다. 예전에 구두를 선물 받는 꿈을 꿨을 때 해몽을 찾아보니 좋은 인연이 올 징조라고 해서 내심 기대했었는데, 역시 꿈은 꿈일 뿐이다. 누군가는 절에서 정말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고 하던데, 나는 그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 사이에 껴서 밥을 먹고 온 것 같은 기분뿐이었다. 연애라는 게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찾아오는 거라지만, 내 인생에서는 그 물길이 너무 멀리 돌아가는 것 같아 조금 답답하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오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일단 지금은 집에 돌아와서 씻고 누우니 그저 피곤함만 가득하다.
7월 낙산사 행사에 참여하려다 보니,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이라는 게 정말 어려운 문제더라고요. 8년째 혼자인데, 새로운 만남에 대한 부담감이 느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