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막연하게 예쁘겠다는 생각만 했다
결혼 준비라는 게 참 이상하다. 처음에는 다들 ‘우리끼리 소박하게 하자’고 시작하는데, 파고들수록 뭐가 이렇게 준비할 게 많은지 모르겠다. 평소에 공원 산책하다가 잔디밭에서 야외 결혼식 하는 걸 보고 ‘아, 나도 저런 데서 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막상 알아보니 그게 다 돈이더라. 서울시에서 하는 공공예식장 같은 곳들은 가격이 1,000만 원대라고 해서 혹했는데, 현실은 그 예약부터가 전쟁이었다. 용산가족공원이나 북서울꿈의숲 같은 곳들이 리스트에 있었는데, 일단 원하는 날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더라. 인기 있는 시간대는 이미 내년까지 꽉 찼다고 하니, 시작부터 맥이 좀 빠졌다. 야외 예식은 날씨 변수도 크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인프라가 없어서 생기는 번거로움이 생각보다 상당했다.
대구 달서구까지 찾아보게 된 이유
공공예식장을 뒤지다가 우연히 달서구에서 예식 물품을 무료로 빌려준다는 소식을 봤다. 하객 의자 100석, 웨딩 아치, 조화 장식, 음향장비 같은 것들을 대여해준단다. 이게 사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사설 업체 통해서 다 빌리려면 수백만 원은 우습게 깨지는 항목들이다. 평택에서 웨딩 사진만 찍으려고 알아보다가 드레스 대여비랑 메이크업 비용 듣고 헉 했던 기억이 나는데, 하물며 본식을 야외에서 치르려면 얼마나 더 복잡하겠나. 달서구까지 내려가서 결혼식을 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런 정책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야외 웨딩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숨통 트이는 소식이다. 실제로 이런 장비들을 내가 직접 공수하려고 했으면, 트럭을 빌려야 하나, 당일 아침에 누가 설치하나 고민했을 텐데, 지자체에서 대여해주면 꽤 현실적인 대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0만 원대 가성비 결혼의 함정
요즘은 3,000만 원 정도가 평균이라는 말을 어디서 주워듣고, 1,000만 원이면 정말 저렴하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식대랑 의상 대여, 스냅 촬영 비용까지 합치면 그 1,000만 원도 금방 넘어가더라. 창원 본식 스냅 업체 가격표를 대충 훑어봤는데, 마음에 드는 작가님들은 이미 예약이 꽉 차 있고 가격도 내가 예상한 것보다 30~40만 원은 더 비쌌다. 야외 예식은 일반 예식장보다 식대 관리도 어렵다. 출장 뷔페를 불러야 하는데, 이게 또 인당 단가 계산하면 예식장 식대랑 별반 다를 게 없거나 오히려 더 비싼 경우도 허다하다. 가성비만 보고 시작했다가, 오히려 준비 과정의 피로도만 쌓이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스몰웨딩이 정말 스몰일까
결혼 비용 부담 때문에 스몰웨딩을 한다는 분들이 많은데, 내가 겪어본 스몰웨딩은 규모만 작을 뿐이지 챙겨야 할 디테일은 대규모 예식보다 훨씬 많았다. 웨딩 촬영도 전주 웨딩 촬영 업체 몇 군데 문의해봤는데, 야외 촬영은 날씨 확인에 의상 이동까지 고려해야 해서 일반 스튜디오 촬영보다 비용이 더 추가된다고 한다. 신부 관리받으러 가는 길에도 ‘내가 지금 이렇게까지 고생하면서 식을 올려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문득 들었다. 주위에 새터민 결혼식을 돕는 친구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결혼식은 그냥 형식일 뿐인데, 거기에 인생의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다’고 하더라. 그 말이 참 뼈아프게 와닿았다. 준비하다 보면 서로 예민해져서 싸우는 건 다반사고, 돈 문제는 계속 발목을 잡는다.
아직도 고민 중인 예식 형태
결혼식 없이 이미 같이 살고 있는 입장에서, 굳이 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선다. 부모님이나 친척분들을 생각하면 안 할 수도 없고, 하자니 이 비용과 번거로움이 너무 크다. 단순히 사진만 찍고 넘어갈까 싶기도 한데, 막상 결혼한다는 주변 친구들 소식을 들으면 마음 한구석이 또 흔들린다. 야외 웨딩을 했던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날씨가 흐려서 사진이 기대보다 별로였다’는 후회부터 ‘야외라서 오히려 자유로워서 좋았다’는 의견까지 갈린다. 답이 없는 문제 같다. 어쨌든 나는 오늘도 결혼 관련 사이트를 새로고침하며 비용 견적만 새로 뽑아보고 있다. 예식 물품 대여 서비스가 있는 곳으로 옮겨갈까, 아니면 그냥 실내 예식장에서 다 알아서 해주는 곳으로 타협할까. 이 고민이 언제쯤 끝날지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정리하고 내일 다시 생각해야지.
정말 공원 데이트에서 야외 결혼식 아이디어 얻은 게 출발점이 됐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비슷한 경험 한번 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