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면에서 열린 직장인 모임의 기억
지지난 주말이었나, 서면 근처에 있는 한 카페를 빌려서 열린 직장인 단체 모임에 다녀왔다. 원래는 이런 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색하게 둘러앉아서 서로 자기소개하고, 나중에는 단체 카톡방이 생겨서 며칠 떠들다가 흐지부지되는 그런 패턴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냥 집에만 있자니 주말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았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참가비는 3만 5천 원 정도였는데, 음료와 간단한 다과가 포함된 가격이었다. 부산에서 열리는 이런 모임들은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주류인데, 현장에 가보니 생각보다 분위기가 차분해서 놀랐다. 예전에 세이클럽 타키 같은 곳에서 채팅하던 시절의 시끌벅적함과는 아예 달랐다. 다들 각자 노트북을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대화의 온도와 겉도는 분위기
막상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니, 다들 너무 조심스러웠다. ‘무슨 일을 하시나요?’로 시작해서 ‘거주지는 어디세요?’로 이어지는 뻔한 질문들. 이런 대화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한쪽 테이블에서는 결혼정보업체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누가 거기 가입해서 200만 원을 날렸니 하는 푸념이 들려왔다. 그걸 듣고 있자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결혼이라는 게 정말 무슨 서비스처럼 돈을 내고 매칭을 받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이런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는 게 운명인 건지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 옆자리에 앉은 분은 부산에 산 지 5년이 넘었다고 했는데, 사람을 만날 장소가 없어서 매주 이런 모임에 나온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이게 건전한 만남인지 아니면 다들 외로움을 달래러 온 건지 경계가 모호해 보였다.
자연스러운 만남은 환상일까
예전에 지인이 소개팅 앱으로 만난 사람과 1년 넘게 사귀다가 이별 후 잠수 탄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사람을 만나는 게 더 무서워졌다. 모임에서 명함을 교환하고 연락처를 주고받아도, 그게 얼마나 유지될까. 사실 오늘 모임에서도 번호를 교환한 사람이 두 명 있었지만, 집에 와서 카톡을 보낼지 말지 고민하다가 결국 안 보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갑자기 너무 피곤해졌고, 내가 여기서 사람을 사귀어서 결혼까지 생각하는 게 맞나 싶었다. 마치 2003년생들이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제처럼, 나도 내 인간관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헛웃음이 났다. 정작 집에 오면 혼자 있는 게 제일 편한데 말이다.
솔로 모임의 현주소와 불확실성
이런 모임이 주는 피로감은 생각보다 크다. 2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 기가 다 빨리는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 나오니 밤 10시가 넘었다. 월요일 출근을 생각하면 일찍 자야 하는데, 괜히 뒤척이면서 내가 왜 거기까지 나갔나 하는 후회만 남았다. 사실 이런 모임의 매칭 성공률이 얼마나 될까. 아마 100명 중에 한두 커플이 나오면 다행일 거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모이고, 또 나간다. 나 역시 그 흐름 속에 있지만, 정작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텅 비어 있는 기분이다. 결혼정보업체 상담을 예약했다는 친구의 말도, 혼자 캠핑을 다니며 사람을 찾는다는 선배의 이야기도, 지금의 나에게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불안을 해소하는 행위처럼 보인다.
결론 없는 하루의 마무리
다음 주에도 비슷한 모임이 열린다는 공지가 단톡방에 올라왔다. 나갈지 말지 아직 결정을 못 했다. 사실 안 나가는 게 내 정신 건강에는 더 좋을 것 같은데, 막상 주말이 되면 또 궁금해질지도 모른다. 누가 올까, 이번에는 괜찮은 사람이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기대.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이렇게 사람을 만나고, 실망하고, 다시 집에 와서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과정이 반복될 뿐이다. 결혼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게 중요한 건지, 아니면 그냥 사람들과 섞여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한 건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내일 출근이나 걱정해야겠다. 그것 말고는 확실한 게 하나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