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놓은 지 2년밖에 안 된 거실 티비 화면이 갑자기 안 나와서 당황했던 며칠간의 기록

사놓은 지 2년밖에 안 된 거실 티비 화면이 갑자기 안 나와서 당황했던 며칠간의 기록

신혼 가전으로 들였던 티비가 하필 2년 만에 먹통이 된 순간

결혼 준비를 하면서 혼수를 장만할 때 가전 품목을 고르는 게 제일 머리 아팠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엘지몰이랑 오프라인 매장을 몇 번이나 돌면서 패키지로 묶어 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나름 큰마음 먹고 거실에 둘 대형 티비로 고른 게 바로 75QNED80KRA 모델이었다. 화질도 매장에서 봤을 때 적당히 밝아 보였고, 크기도 75인치라 우리 집 거실 벽면에 딱 맞아 보여서 그동안 별 탈 없이 만족하며 쓰고 있었다. 같이 패키지로 샀던 드럼세탁기 건조기 세트인 WL22EEZU 워시타워나 중간에 구매한 LG냉장고도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어서 티비도 당연히 10년은 거뜬히 쓸 줄 알았다. 그런데 정확히 LG신혼가전을 집에 들여놓고 2년 조금 넘은 시점에 갑자기 사달이 났다. 평소처럼 저녁을 먹으면서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면이 툭 꺼지더니 검은 화면으로 변해버렸다.

소리는 멀쩡하게 나오는데 화면만 까맣게 보였을 때의 황당함

더 황당했던 건 소리는 너무나 깨끗하고 우렁차게 잘 나온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셋톱박스 오류이거나 일시적인 송출 문제인가 싶어서 리모컨으로 볼륨을 조절해봤는데, 화면은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음량이 오르내리는 소리는 똑바로 들렸다. 채널을 돌려보니 방송 소리도 정상적으로 바뀌었다. 방 불을 다 끄고 티비 액정 바로 앞에 서서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미세하게 화면 아래쪽에 아주 얇게 불빛이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한데, 화면 자체에는 아무런 로고도 잔상도 뜨지 않는 그냥 시커먼 상태였다. 셋톱박스 HDMI 케이블을 뺐다 꽂아보고 전원 코드도 뽑았다가 10분 뒤에 다시 켜봤지만 상황은 똑같았다. 무슨 라디오를 산 것도 아니고, 75인치 대형 화면에서 소리만 흘러나오는 꼴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결국 스마트폰으로 폭풍 검색을 시작했고 백라이트나 액정 패널 쪽에 이상이 생기면 이럴 수 있다는 글을 보았다.

기사님이 다녀가신 뒤에 알게 된 액정 수리비의 현실적인 압박

다음 날 아침 일찍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았다. 접수하시는 분도 일단 현상을 듣더니 기사님이 직접 방문해서 뜯어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다행히 이틀 뒤로 방문 일정이 잡혀서 기다리긴 했는데, 그 이틀 동안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한 시커먼 기계를 그냥 쳐다만 보는 게 꽤 고역이었다. 마침내 기사님이 방문하셔서 티비를 조심스럽게 내려 거실 바닥에 눕히고 뒷판을 뜯어 이것저것 계측기로 확인하셨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패널 보드 쪽 결함이었다. 더 속상했던 건 일반적인 패널 무상 보증 기간이 2년인데, 우리 집 티비는 그 보증 기간에서 겨우 한두 달 정도가 경과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기사님도 난감해하시며 조심스럽게 견적을 내주셨는데 액정 수리 교체 비용으로 대략 50만 원에서 60만 원 선의 지출이 생길 거라고 하셨다. 새로 사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산 지 겨우 2년 지난 기계에 이 돈을 들이는 게 맞는지 한참을 망설였다.

워시타워나 냉장고 같은 다른 가전들과 비교해보게 되는 내구성

집안을 둘러보니 예전에 쓰던 안방의 아주 오래된 중소기업 32인치 티비는 벌써 7년째 고장 한번 없이 생생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브랜드 밸류와 AS 신뢰도를 보고 일부러 큰돈 들여 엘지 가전제품으로 거실을 세팅한 거였는데, 오히려 가장 비싼 축에 속했던 대형 티비가 가장 먼저 망가지니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주방에 있는 LG냉장고나 다용도실의 WL22EEZU 워시타워도 보증 기간이 끝나면 언제 갑자기 덜컥 고장 나서 수백만 원짜리 수리비 폭탄을 던질지 모른다는 묘한 불안감마저 엄습했다. 가전 세일할 때 여러 개 묶어서 싸게 샀다고 좋아했던 기억이 무색하게, 결국 수리비로 그 할인받았던 금액을 고스란히 뱉어내야 하는 상황이 되니 괜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요즘 가전들은 옛날 가전들처럼 10년씩 튼튼하게 쓰기 어렵게 만들어진 건가 싶기도 했다.

수리를 끝내고 나서도 지워지지 않는 묘한 찜찜함

며칠을 끙끙 앓으며 고민하다가 결국 수리를 진행해 달라고 연락을 드렸다. 거실의 큰 티비를 그냥 흉물처럼 방치해 둘 수도 없었고, 당장 티비 없이 생활하는 것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부품을 신청하고 수리 기사님이 다시 방문해 액정 패널을 통째로 교체하고 나서야 화면은 예전의 그 쨍하고 깨끗한 화질을 다시 보여주기 시작했다. 고쳐진 티비로 좋아하는 영상을 틀어놓고 보니 속은 시원했지만, 이전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화면을 바라보기가 어려워졌다. 이제는 거실 티비 전원을 켤 때마다 화면이 바로 안 켜지고 1~2초 정도 딜레이가 생길 때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 든다. 다음번에 만약 다른 가전제품을 새로 사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연장 보증 서비스를 돈 주고라도 가입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아예 고장 나면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는 아주 싼 가성비 브랜드로만 채워야 하는 건지 아직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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