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남자친구와 함께 삼성스토어 용인점에 다녀왔다. 사실 처음부터 가전을 한꺼번에 다 사려고 간 건 아니었다. 그냥 요즘 삼세페 기간이라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길래, 궁금하기도 하고 가서 견적이나 한번 받아보자 싶었던 마음이 컸다. 근데 막상 가보니까 상담해 주시는 분이 너무 친절하게, 또 나보다 더 계산기를 두들기며 설명해주시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냉장고랑 세탁기, 건조기까지 묶어서 혜택을 받으니 대략 1,500만 원 정도가 나왔다. 예산 내이긴 한데,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백만 원이 더 추가된 것 같아서 집에 오는 길에 남자친구랑 말이 별로 없었다. 우리가 호갱을 당한 건지, 아니면 원래 이 정도 가격대가 맞는 건지 집에 와서도 찜찜함이 가시질 않았다.
텅 빈 집을 채우는 게 이렇게 고될 줄이야
가전을 큰맘 먹고 해결하고 나니 이제는 당장 잘 곳이 문제였다. 며칠 전부터는 계속 침대랑 매트리스 검색만 하고 있다. 처음에는 프레임 예쁜 걸 찾으려고 했는데, 막상 누워보니까 매트리스가 더 중요하더라. 어디는 500만 원짜리를 추천하고, 어디는 가성비가 최고라며 200만 원대 브랜드를 권한다. 롯데백화점 같은 곳에서 혼수 상담 서비스도 받아봤는데, 역시나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호텔침구세트라는 게 감성적으론 좋은데, 막상 관리는 어떻게 하나 싶어 또 고민이 된다. 예전에는 결혼하면 그냥 가구점 가서 뚝딱 맞추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정말 철없는 생각이었다.
이름 모를 피로감이 밀려오는 밤
가전 행사장에서 이것저것 비교하고 고민하다 보니 진이 다 빠졌다. 가전은 삼성스토어에서 끝냈으니 됐다고 치는데, 침대는 또 어디 가서 누워봐야 하는 건지. 사실 가전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급하게 결정할 일이었나 싶기도 하다. ‘입주가전’이라는 말이 주는 압박감이 상당했다. 다들 결혼 앞두고 이 정도는 다들 하는 거라며,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는데 그 ‘후회’라는 단어가 나를 계속 몰아세우는 기분이다. 가전을 산 영수증들을 정리하면서도 이게 잘한 짓인가 싶어 괜히 속이 쓰리다.
침구까지 고민하다 보면 끝이 없다
침대 프레임은 원목으로 할지,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패브릭 소재로 할지 결정도 못 했다. 침구는 또 화이트로 맞추고 싶은데, 매일 세탁할 자신은 없고. 이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서 결혼 준비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 되어버렸다. 상담받으러 갈 때마다 몇 시간씩 서 있느라 다리가 퉁퉁 붓는다. 이번 주말에는 침대 매장에 가보기로 했는데, 거긴 또 얼마나 많은 질문과 고민을 던져줄지 벌써 피곤해진다. 남들은 다들 즐겁게 하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하나하나 다 무겁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매일 조금씩 채워지는 중
어쨌든 가전은 배송 날짜를 잡아뒀으니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침대도 이번 주말 안에는 어떻게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이 고민하면 오히려 더 이상한 걸 고를 것 같아서, 그냥 적당한 가격대에 타협할 생각이다. 완벽한 신혼집을 꾸미겠다는 환상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그냥 우리가 누워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막상 매장에 가면 또 욕심이 생기겠지. 이 과정이 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일단 침대 문제부터 좀 해결하고 나면, 그다음에 커튼이랑 조명을 생각해보려 한다. 생각만 해도 다시 머리가 아파온다.
침구 가격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이 저랑 똑같네요. 저도 완벽한 건 찾으려고 했는데, 결국은 편하게 쉬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