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로 하려던 결혼식이 오히려 머리 아프게 흘러간다

소규모로 하려던 결혼식이 오히려 머리 아프게 흘러간다

처음에는 거창하게 식을 올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냥 남들 다 하는 뻔한 예식장에서 30분 만에 기계적으로 찍어내는 결혼식은 정말 올리기 싫었다. 양가 친척들도 단출하게 모시고 평소 고마웠던 가까운 친구 몇 명만 초대해서,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밥 한 끼 제대로 대접하는 직계가족웨딩이나 소규모 세미웨딩이 훨씬 우리답고 합리적일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초보 예비부부의 대단한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소규모’ 혹은 ‘하우스’라는 세련된 타이틀이 붙는 순간, 모든 항목의 단가가 이상하리만치 치솟는 마법 같은 현상을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일반 웨딩홀은 하객 수가 많아질수록 식대나 대관료에서 절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만, 애초에 인원수가 적은 식은 식장 측에서도 마진을 남겨야 하니 기본 대관료 자체를 비현실적으로 높게 책정해 두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주말마다 웨딩홀견적을 받으러 서울 서부권과 남부권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인터넷에서 가성비 좋고 밥이 맛있기로 꽤 입소문이 나 있는 영등포의 규수당웨딩홀 같은 일반 예식장도 비교 차원에서 들러보았다. 거기는 문래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나쁘지 않은 입지에, 단독홀이라 붐비지도 않고 패키지 구성도 생각보다 군더더기 없이 합리적이었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에 꿈꿨던 야외 정원이 딸린 아기자기한 단독 주택 스타일의 하우스웨딩 베뉴들은 상황이 완전히 딴판이었다. 보증인원을 50명 정도로 타이트하게 잡았더니 식장 대관료만 400만 원을 훌쩍 넘게 불렀고, 여기에 필수 옵션이라며 들어간 꽃장식 비용이 추가로 250만 원이나 붙었다. 조화와 생화를 섞어서 세팅하는 조건인데도 그 가격이었다. 결국 전체 비용을 다 더해보니 일반 예식장에서 하객 150명을 불러서 진행하는 총액이나, 하우스웨딩으로 50명만 불러서 조촐하게 치르는 비용이나 도긴개긴이었다. 돈은 똑같이 드는데 하객 대접은 좁은 데서 복잡하게 해야 한다는 현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주차와 교통 문제도 골치 아픈 걸림돌이었다. 우리가 마음에 들어 했던 감성적인 분위기의 소규모 베뉴들은 대부분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다소 까다로운 골목 안쪽에 숨어 있거나, 삼청동이나 성북동 같은 가파른 언덕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주차 공간도 건물 앞에 겨우 5대에서 10대까지만 겨우 발렛으로 대주고, 나머지 손님들은 근처 공영주차장으로 알아서 걸어가야 하는 식이었다. 나이 지긋하신 친척 어르신들이 구두를 신고 그 언덕길을 오르내릴 생각을 하니 도저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다고 강남이나 잠실결혼식장 인근의 소규모 베뉴를 알아보자니 주말 오후의 극심한 교통체증이 벌써부터 눈앞에 그려져 부모님들이 단번에 반대하셨다. 사당웨딩홀 주변도 교통 요충지라 지방에서 올라오는 친척들을 배려하기엔 최적이었지만, 마음에 드는 단독 세미웨딩 공간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차 있어서 아예 상담조차 받아볼 수 없었다. 주말 황금시간대 상담 예약을 잡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라 예약 전화만 몇십 번을 돌리면서 진이 다 빠졌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터졌는데, 바로 하객 명단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직계가족을 중심으로 아주 좁은 범위의 사람들만 부르려고 하니, 인간관계의 선을 긋는 과정이 너무나 잔인하고 피곤했다.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간간이 안부를 주고받던 대학 동기나 직장 동료들을 초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매일 밤 청첩장 리스트를 썼다 지웠다 하며 머리를 싸맸다. 차라리 큰 홀을 빌려서 눈치 안 보고 다 부르면 속이라도 편할 텐데, 50명이라는 제한된 정원 안에서 사람을 고르려니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는 것조차 조심스럽고 눈치가 보였다. 부모님들 역시 막상 식을 올린다고 하니 평소 오고 간 부조가 있다며 먼 친척들이나 고향 친구분들을 꼭 불러야겠다고 고집하셨고, 양가의 하객 균형을 맞추는 문제로 사소한 감정싸움까지 일어나기 시작했다. 소박하고 평화로운 결혼식을 꿈꿨던 초기 계획은 온데간데없고, 청첩장 전달 기준을 정하느라 온 신경이 곤두서게 되었다.

며칠 전에는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상견례를 치렀다. 그 와중에 나간 상견례비용도 만만치 않았는데,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양가 어르신들이 결혼식 날짜와 방식에 대해 또 미묘한 의견차를 보이셔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식사가 끝난 뒤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며 돌아왔지만 아직 식장 계약조차 매듭짓지 못했다는 불안감이 계속 목을 죄어왔다. 부모님들이 준비해 주신 감동적인 결혼덕담을 들으며 따뜻하게 진행하고 싶었던 소규모 결혼식의 로망은 현실적인 비용과 하객 조율의 벽 앞에 부딪혀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보증인원을 150명 수준으로 대폭 늘려서 평범한 일반 식장으로 예약을 다시 잡아야 하는지, 아니면 원래의 아늑한 분위기를 고집하며 이 골치 아픈 과정을 감내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결혼 준비라는 게 원래 이렇게 구질구질하고 결단력 없는 내 모습을 마주하는 과정인가 싶어 씁쓸한 기분만 든다.

댓글 2
  • 영등포 규수당 웨딩홀처럼 딱히 눈에 띄는 곳이 아니라서, 좁은 공간에서 하객들 때문에 더 힘들었겠다는 생각이네요.

  • 규수당 웨딩홀 말씀처럼, 단독홀이라 붐비지도 않고 패키지 구성이 합리적이라니 정말 반전이네요! 제가 최근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비슷한 스타일의 웨딩홀을 찾아봤는데, 붐비는 웨딩홀보다 훨씬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