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사람을 만난다는 게 사실 좀 겁나긴 했다

앱으로 사람을 만난다는 게 사실 좀 겁나긴 했다

처음 가입할 때 느꼈던 묘한 거부감

지인들이 하도 앱을 깔아보라고 난리여서 반쯤 포기하는 심정으로 시작했다. 사실 30대가 넘어가면서 자연스러운 만남이라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체감하긴 했지만, 그래도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사람을 고르고 평가하는 과정 자체가 좀 낯설었다.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나 싶다가도, 주말 저녁에 텅 빈 방에 앉아 있으면 그 마음이 금방 사그라들곤 했다. 가입비로 한 5만 원 정도 냈던가, 요즘 20대 소개팅 사이트나 앱들은 정말 종류가 많다. 결제하고 나면 마치 대단한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막상 사진첩을 넘기다 보면 이게 현실인가 싶어지기도 한다.

대화의 온도와 텍스트의 한계

광주 쪽에서 살다 보니 거리상의 이유로 몇 번 걸러내고 나면 사실 만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도 않다. 프로필은 다들 하나같이 웃고 있고, 취미도 영화 감상이나 카페 투어처럼 아주 무해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처음 말을 걸었을 때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혀서 몇 번을 고쳐 썼다. 글자로 주고받는 대화는 너무 매끄러워서 오히려 더 차갑게 느껴질 때가 많다. 상대방은 자기 일상을 자랑하고, 나는 적당히 맞장구치면서 다음 날 출근을 걱정하는 대화의 연속. 이게 사랑을 찾으러 온 건지, 아니면 그냥 시간 때우기용 채팅을 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실제로 만났을 때의 어색한 공기

한번은 큰맘 먹고 시내에 있는 어느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앱상에서는 말도 잘하고 분위기도 좋아 보였는데, 막상 눈앞에 앉으니 공기 자체가 달랐다. 커피 한 잔에 7천 원씩 하는 곳이었는데, 서로 메뉴판만 쳐다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스킨십은커녕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서 괜히 숟가락만 만지작거렸다. 상대방은 본인 직장 이야기를 꽤 길게 늘어놓았는데, 내가 알고 싶었던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그냥 이 사람이 예전에 봤던 사람들과 뭐가 다른지, 대화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같은 사소한 것들인데 말이다.

뉴스에서 본 불미스러운 사건들

가끔 뉴스에 소개팅 앱에서 만난 사람끼리 사기를 쳤다거나, 혹은 불법 촬영 같은 끔찍한 사건들이 올라올 때마다 덜컥 겁이 난다. 그런 기사를 보면 앱을 삭제해버릴까 싶다가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프로필을 수정하는 내가 참 바보 같아 보인다. 27억씩 뜯어가는 보이스피싱 조직도 있다는데, 내가 매칭 중인 이 사람이 진짜 사람인지 아니면 시스템이 만들어낸 환영인지 가끔은 확신이 안 설 때가 있다. 물론 극히 드문 일이겠지만, 온라인 공간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이렇게 불안정한 곳인가 싶다.

끝맺음 없는 고민들

결국 몇 번의 만남 뒤에 남은 건 피로감뿐이었다. 주말 오후 두 시에 약속을 잡고 지하철을 타고 나가서, 한 시간 남짓 어색한 대화를 나누고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연애라는 게 원래 이렇게 목적지향적인 과정이었나. 자연스럽게 학교나 직장에서 알게 된 관계처럼 흘러가는 게 아니라, 서로 검증하고 비교하고 평가받는 느낌을 지우기가 참 어렵다. 크리스천 소개팅이니 뭐니 하는 전문 업체들도 많지만, 결국 사람 마음이 들어가는 일이라서 시스템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주말에는 그냥 앱을 지우고 혼자 산책이나 다녀올까 생각 중인데, 아마 월요일이 되면 다시 화면을 켜고 있겠지.

댓글 1
  • 계속해서 이런 경험을 하다 보면,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이 얼마나 다른지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