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 투어의 시작과 끝없는 피로감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게 바로 웨딩밴드 투어였다. 다들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브랜드들, 신세계 본점에 있는 매장들을 주말마다 훑고 다녔다. 처음에는 티파니앤코나 불가리 같은 브랜드들이 내 손에 어떤 느낌일지, 막연한 기대감도 있었다. 비제로원 링을 직접 껴봤을 때는 솔직히 조금 놀랐다. 사진으로 봤을 땐 그저 투박한 금속 덩어리 같았는데, 막상 손가락에 걸치니 묵직한 존재감이 확실하긴 하더라. 그런데 문제는 그 가격이었다. 단순히 반지 두 개를 사는 것뿐인데, 예산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을 듣고 나니 웃음부터 났다. 이걸 매일 끼고 다니면서 설거지를 하고, 대중교통을 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조심스러워졌다.
브랜드 이름값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들
주변에서는 결혼반지는 그래도 이름 있는 곳에서 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막상 매장을 나올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내가 이 브랜드의 로고 값을 내는 건가, 아니면 실제 이 반지의 가치를 사는 건가’였다. 명품 주얼리 브랜드들의 제품들은 디자인이 참 세련되긴 했다. 특히 메시카나 타사키 같은 곳들은 확실히 눈길을 끄는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랑은 조금 거리감이 느껴졌다. 너무 화려해서 내 평소 옷차림과는 겉도는 기분이랄까. 가끔은 제이에스티나 같은 비교적 친숙한 브랜드에서 깔끔하게 맞추고 남은 예산으로 차라리 신혼여행 때 맛있는 거나 더 먹자는 현실적인 타협안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종로와 백화점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
결국 백화점 투어를 접고 종로로 눈을 돌려봤다. 도쿄앤펄 같은 곳이나 예물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가격은 훨씬 합리적이면서도 겉으로 봐서는 차이를 알기 어렵다는 게 신기했다. 1부 다이아 반지를 껴보면서 이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다시 마음 한구석에선 ‘그래도 처음인데…’ 하는 미련이 남았다. 가격 차이가 몇 배씩 나니까 결정이 더 어려웠다. 랩다이아몬드는 확실히 요즘 트렌드라는데, 막상 고르려고 하면 ‘나중에 되팔 때 가치가 없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튀어나오곤 했다.
결국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들
사실 웨딩밴드라는 게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하면 한없이 특별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냥 매일 끼는 금속 반지일 뿐이다. 가드링을 추가해서 분위기를 바꿔볼까 고민도 해봤는데, 부쉐론 가드링을 함께 매치해 본 순간 너무 예뻐서 또 한참을 서성였다. 하지만 결국 예산의 벽에 부딪혀 내려놓고 왔다. 며칠 밤을 고민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성비 예물 후기’를 뒤져봐도 답은 안 나왔다. 누가 딱 정해줬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결정 장애가 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브랜드에 집착했던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저렴한 것만 찾으려다 보니 디자인이 맘에 안 들어서 고생했던 것 같다.
아직도 남은 아주 사소한 찜찜함
결국 어디서 무엇을 맞추든 간에, 완벽한 만족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선택한 반지가 남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혹은 10년 뒤에 봐도 질리지 않을지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지금 내 손가락에 끼워진 이 반지가 과연 그때의 최선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지쳐서 골라버린 차선이었는지 가끔은 헷갈린다. 랩다이아몬드를 선택한 게 잘한 일인지, 아니면 조금 더 무리해서라도 명품 로고가 박힌 걸 했어야 했는지 같은 고민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 어쩌면 결혼 준비라는 게 원래 이런 것 같다.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데, 그 순간에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처럼 느껴지는 거.
비제로원 껴봤을 때 묵직한 존재감이라 신기했어요. 저도 손목에 뭘 착용할 때, 크기랑 무게감 신경 쓰면서 고민하는데, 그 느낌이 진짜 중요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