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결혼식 한복을 고르러 다니면서 느낀 피로감

조카 결혼식 한복을 고르러 다니면서 느낀 피로감

대구 엑스코 박람회는 너무 기가 빨렸다

지난달쯤이었나, 6월 말에 대구 엑스코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렸던 웨딩박람회에 다녀왔다. 조카 결혼식에 입고 갈 한복을 좀 봐둘까 싶어서 갔던 건데, 입구부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들어서자마자 후회했다. 결혼 준비하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혼자 이모 자격으로 끼어 있으려니 뭔가 뻘쭘하기도 하고, 상담받으러 앉을 때마다 뭘 그렇게 적어야 하는 게 많은지 모르겠다. 한복 상담만 좀 받고 오려고 했는데, 막상 앉으니까 스드메니 예물이니 다른 이야기가 더 많이 오가더라. 그냥 대충 듣고 나왔는데도 집에 오니까 진이 다 빠져서 한동안 눕기만 했다. 박람회라는 게 원래 이렇게 기가 빨리는 곳인가 싶다.

구미에서 경주까지 한복집 투어의 늪

박람회에서 본 한복들은 사진으로 볼 땐 예뻤는데, 막상 실제 색감을 보니 나랑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가격대도 생각보다 천차만별이었다. 대구는 좀 나을까 싶어 돌아다니다가, 결국엔 구미 쪽 한복집까지 기웃거리게 됐다. 구미랑 경주 쪽도 괜찮은 곳이 많다는 소리를 들어서인데, 막상 가서 입어보면 그냥 평범한 느낌인 게 많았다. 대여 가격이 20만 원에서 40만 원 사이였는데, 조카 결혼식 한 번 가는 건데 이 돈을 쓰는 게 맞는 건지 갑자기 현실적인 고민이 들더라. 예전에 친구 결혼식 때는 그냥 기성복 입고 갔던 것 같은데, 요즘은 혼주 한복이 아니어도 다들 격식을 차리니 나만 안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포항과 안동까지 고려하게 된 이유

결국 집 근처에서 대충 하려던 계획은 완전히 무너졌다. 포항에 사는 지인이 거기 한복이 색감이 곱다고 알려줘서 그쪽까지 알아봐야 하나 고민 중이다. 안동 한복 대여점까지 찾아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으면서도, 막상 조카 결혼식 날 사진에 예쁘게 나오지 않으면 괜히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멈출 수가 없다. 사실 한복이라는 게 거기서 거기 같아 보이는데, 막상 입어보면 목선이나 소매 끝동 하나 차이로 분위기가 확 달라지니 선택이 쉽지 않다. 그냥 편한 옷 입고 가면 안 되나 싶은 마음이 불쑥 들다가도, 또 한복 입은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바뀐다.

전통적인 디자인과 실용성 사이의 괴리

얼마 전에 한국한복진흥원 관련 기사를 보다가 문득 생각이 든 건데, 왜 일상에서 한복을 입는 건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 조카 결혼식 때문에 빌리는 거긴 하지만, 행사 끝나고 나면 바로 반납해야 하는 옷이라 그런지 더 애착이 안 가는 것도 같다. 내 돈 내고 빌리는 건데도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굴게 되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저렴한 걸로 대충 맞추고 다른 데 돈을 쓸까 싶다가도, 또 막상 가서 좋은 원단 만져보면 눈만 높아져서 큰일이다. 가격대가 조금만 올라가도 예쁜 건 확실히 다르니까 말이다.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한복 한 벌

결국 지금까지도 결정을 못 했다. 구미에서 본 그 연한 분홍빛 치마가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데, 경주에서 봤던 짙은 감색 저고리도 눈에 아른거린다. 박람회에서 상담해준 상담사는 빨리 계약해야 이 가격에 맞춰준다고 했는데, 그 말이 너무 상술 같아서 그냥 나왔다. 며칠 더 고민하다가 안 되면 그냥 가장 무난한 거로 빌릴 생각이다. 조카가 결혼하는 건데 내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건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런 과정 자체가 결혼 준비의 진짜 모습인가 싶기도 하다. 깔끔하게 딱 정해지면 좋으련만, 아직도 마음이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한다.

댓글 3
  • 경주에서 보셨던 감색 저고리가 정말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적이 있는데, 결국 비슷한 색감의 다른 한복을 골랐거든요.

  • 색깔이 계속 바뀌는 것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지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 색깔 고민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 마음이 잘 이해가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