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딩홀 투어만 다섯 곳째, 기억이 섞이기 시작했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한 게 식장 알아보는 거였는데,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구로예식장 몇 곳이랑 청량리웨딩홀 위주로 다녀봤는데 이제는 어디가 어디였는지 헷갈린다. 분명 밥이 맛있었다고 생각한 곳이 A였는지 B였는지, 버진로드 조명이 예뻤던 곳이 강북웨딩홀 쪽이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주말마다 상담 예약 잡고, 이동하고, 대기실에서 서성이다 보면 하루가 그냥 사라진다. 밥값이 인당 7~8만 원을 넘나드는 게 예사인데, 막상 상담을 받아보면 대관료니 뭐니 해서 엑셀 파일에 숫자만 잔뜩 채워지니 현실감이 더 없다. 남도형 성우 결혼식 기사를 보니 그냥 조용히 가까운 지인들만 모시고 했으면 싶다가도, 부모님 체면 생각하면 그게 또 마음대로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세미웨딩 촬영, 가성비인가 귀찮음인가
스튜디오 촬영은 너무 거창한 것 같아서 세미웨딩 촬영을 알아봤다. 온즈드롬도산 같은 분위기를 찾아보긴 했는데, 사실 스튜디오에서 찍는 사진들이 다 거기서 거기 같아 보였다. 4시간 정도 촬영하는데 150만 원 내외를 부르니, 이게 적당한 건지 아니면 바가지를 쓰는 건지 감도 안 온다. 옷도 한복 드레스를 할까 아니면 그냥 깔끔한 블랙 드레스를 입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기본 드레스 두 벌로 타협했다. 촬영 당일에는 웃느라 입 근육이 마비되는 줄 알았다. 사진 작가님은 자꾸 자연스럽게 웃으라고 하는데, 그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인 걸 다들 모르는 것 같다. 나중에 결과물 보고 보정본 기다리는 것도 일이다.
식순과 하객, 생각할수록 답이 없다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하객 없는 결혼식’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정말 친한 사람들만 불러서 파티처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막상 축의금 장부를 생각하면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부모님 쪽 하객은 어쩔 거냐는 질문이 항상 먼저 돌아온다. 결국 적당히 타협해서 서울 시내 중간쯤 있는 곳을 찾고 있는데, 교통이 편하면 대관료가 비싸고, 가격이 좀 맞으면 주차가 헬이다. 연회장 음식도 문제다. 나도 하객으로 가보면 뷔페가 거기서 거기인데, 왜 우리는 그렇게 음식 하나하나에 집착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1년 넘게 저축해서 쏟아붓는 이 예식 한 번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건지 가끔 회의감이 든다.
결국 선택은 미뤄두고 다시 엑셀로
결혼박람회도 몇 번 가봤는데, 거기서는 상담 한 번 받을 때마다 뭘 자꾸 계약하라고 한다. 그날 당장 계약 안 하면 할인 혜택 사라진다고 겁을 주는데, 솔직히 그 말이 진짜인지 그냥 영업용 멘트인지 잘 모르겠다. 일단 명함만 잔뜩 받아 들고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후기는 또 왜 이렇게 제각각인지. 누군 좋다고 하고 누군 최악이라고 하니 판단이 안 선다. 결국 식장은 아직도 확정을 못 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날짜만 정하고 나머지는 대충 하고 싶은데, 그러면 또 엄마한테 등짝 맞을 것 같고. 일단 다음 주에 또 다른 구로 쪽 예식장을 가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가서 예식장 밥이라도 제대로 맛보고 와야겠다.
정해진 건 없는데 시간은 흐른다
결혼이 다가올수록 준비해야 할 건 늘어난다. 한복 드레스는 맞출지 대여할지, 영상 촬영은 2인으로 할지 1인으로 할지. 소소한 결정들이 쌓여서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200만 원짜리 본식 스냅을 할지, 아니면 가성비 업체를 쓸지 고민하는 것도 이제는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어차피 다들 밥 먹느라 정신없을 텐데, 사진 한 장 더 찍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안 하자니 나중에 후회할 것 같고. 이 애매한 마음들이 계속 평행선을 달린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어떻게든 되겠지 싶다가도, 다음 주 상담 예약 알림이 울리면 또 억지로 몸을 일으키게 된다.
구로 쪽 예식장 밥 맛보러 가는 거, 저도 비슷한 고민했어요. 엑셀에 숫자만 잔뜩 적는 건 정말 끔찍하더라구요.
뷔페 음식에 대한 생각, 저도 비슷해요. 가족들 모두 굶는 건 싫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