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인 소개와 결혼정보회사의 결정적인 차이
어릴 때는 결혼이라는 게 나이가 차면 자연스럽게 지인이나 친구 소개로 만나서 물 흐르듯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서른 중반을 넘어가고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가정을 꾸리면서 그런 자연스러운 기회 자체가 뚝 끊겼다. 부모님은 명절마다 은근히 압박을 주시고, 나 자신도 슬슬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주위 친구에게 소개팅을 부탁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나중에는 미안해서 말도 못 꺼내겠더라. 그래서 결국 눈을 돌린 게 결혼정보회사나 전문 중매 업체였다. 친구들 중에도 가입한 애가 있다는 소리를 건너건너 듣기도 했고, 더 이상 지인들 눈치 보기 싫어서 내 돈 내고 당당하게 사람을 만나보자는 생각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가벼운 만남 앱인 위피나 아만다 같은 것도 깔아봤지만, 거기는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만날 사람을 찾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가벼워서 지우고 설치하기를 반복했다. 결국 돈을 좀 쓰더라도 확실한 신원이 보증되는 곳이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가입 상담 때 들었던 비용과 가입 조건의 현실
마음을 먹고 강남역 근처에 있는 듀오 상담소를 찾아갔다. 주말이라 그것도 대기실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상담 실장과 마주 앉아 1시간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생각보다 질문이 아주 구체적이고 노골적이었다. 연봉, 직장 위치, 부모님 노후 준비 상태, 내 최종 학력은 물론이고 키와 몸무게까지 적어야 했다. 인터넷에서만 보던 결혼등급표라는 게 진짜 실존하는구나 하는 걸 피부로 느꼈다. 나라는 사람의 존재가 서류 한 장과 점수로 환산되는 기분은 솔직히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일반형 가입비가 350만 원 수준이었는데, 매칭 횟수는 5회로 제한되어 있었다. 추가 미팅을 하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다. 350만 원이라는 돈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닌데, 단 5번의 만남에 이 비용을 태워야 한다는 게 선뜻 납득이 가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정도로 필터링을 거치면 괜찮은 사람을 만나겠지 하는 헛된 기대감이 섞였다.
역삼역 카페에서 진행된 첫 번째 매칭의 어색한 공기
가입을 마치고 한 2주 정도 지나니 첫 번째 매칭 상대의 프로필이 도착했다. 나이와 직업, 거주지 정도가 간략하게 적힌 양식이었는데 조건상으로는 크게 흠잡을 데 없는 분이었다. 매니저가 중간에서 시간과 장소를 조율해 주었고, 첫 만남은 주말 오후 역삼역 근처의 한 조용한 카페로 정해졌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상대방을 기다리는 동안 커피만 세 잔째 들이켰던 것 같다. 지인이 주선해 준 소개팅은 그래도 주선자 이야기나 공통의 화제로 어색함을 풀 수 있는데, 이건 정말 생판 남이 서로의 조건만 보고 나온 자리라 공기가 너무 차가웠다. 서로 눈치를 보며 “아, 네, 매니저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로 대화를 시작하는데, 속으로 ‘내가 지금 면접을 보러 온 건가 미팅을 하러 온 건가’ 하는 혼란이 왔다.
조건에 맞춰 나온 상대방과 나눴던 알맹이 없는 대화
상대방도 나와 비슷한 직군이었고 나이대도 비슷해서 공통점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화의 흐름이 철저하게 탐색전이었다. 주말에 주로 뭘 하는지, 취미가 뭔지 같은 뻔한 질문조차도 상대방의 경제적 수준이나 성향을 파악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여서 피곤했다. 예를 들어 “취미가 골프예요”라고 하면 ‘아, 여유가 있구나’라고 계산하는 식이다. 40분 정도 이어진 대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연봉이나 집안 환경 같은 민감한 질문을 교묘하게 비켜 가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끊임없이 주판알을 튕기고 있었다. 상대방도 나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싶으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커피 가격이 8천 원이 넘는 곳이었는데,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알맹이 없는 영혼 탈곡기 같은 시간이었다.
횟수가 차감될수록 느껴지는 미묘한 압박감과 회의감
그렇게 첫 만남이 소득 없이 끝나고, 매니저로부터 피드백을 달라는 연락이 왔다. 마음에 들었는지, 애프터를 할 생각인지 물어보는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애매했다. 딱히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만나고 싶을 만큼 끌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거절 의사를 밝혔고 내 아까운 매칭 기회 1회가 날아갔다. 남은 횟수가 줄어들수록 조급함은 배가 됐다. 두 번째, 세 번째 만남도 비슷한 패턴의 반복이었다. 조건은 맞는데 대화가 안 통하거나, 대화는 잘 통하는데 직장이 너무 멀거나 하는 식으로 매번 톱니바퀴가 어긋났다. 나중에는 내가 눈이 너무 높은 건가 싶어 자책감이 들기도 하고, 결혼중매라는 시스템 자체가 나랑 안 맞는 건가 하는 본질적인 의문이 들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고 취미 생활이나 열심히 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스쳤다. 아직 남은 횟수가 좀 있긴 한데, 요즘은 매니저한테 프로필 연락이 와도 확인을 미루게 된다. 이 돈을 쓰고도 마음이 더 헛헛해질 줄은 미처 몰랐다.
카페에서 커피만 몇 잔 마시면서 그런 분위기가 흘러가는 모습이 정말 안타깝네요. 특히 상대방의 질문 방식 때문에 더 답답했을 것 같아요.
주말에 취미 질문만 하니까 정말 답답하더라구요. 연봉이나 환경 같은 이야기 좀 더 솔직하게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