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막연히 예쁘고 넓으면 되는 줄 알았다
결혼 준비라는 게 참 이상하다. 주변에서 누가 결혼한다 그러면 그냥 축하해주고 예식장 가서 밥 먹고 오면 그만이었는데, 막상 내 일이 되니까 이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 처음에는 그냥 마음에 드는 곳 서너 군데 골라서 가면 되겠지 싶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웨딩 어플들을 깔아보고, 적당히 예뻐 보이는 곳들 위주로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런데 막상 투어를 시작하니까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마포 쪽에 있는 웨딩홀을 두어 군데 다녀왔는데, 상담실장님이 읊어주는 대관료랑 식대 숫자를 듣고 있자니 정신이 아득해지더라. 보증 인원이 250명은 되어야 한다는데, 우리 친구들을 다 합쳐도 그 숫자가 안 나올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수원 웨딩홀 추천 리스트도 받아봤지만, 거리 문제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여의도 웨딩홀 쪽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다들 이렇게 하니까 따라가는 기분이었다.
상담실에서 겪은 미묘한 긴장감
상담 예약 잡는 것도 일이다. 인기 있는 곳들은 이미 1년 치가 차 있다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더 급해졌다. 여의도에 있는 한 예식장에 갔을 때는 정말 공장형 웨딩의 끝을 보는 것 같았다. 30분 단위로 예식이 뚝뚝 끊기는데, 앞에 식 하는 사람들이 사진 찍는 걸 멀리서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움직여야 하나’ 싶어서 기분이 묘했다. 상담해주시는 분은 계속해서 ‘오늘 당일 계약하면 할인 폭이 커진다’고 강조했는데, 그 말이 정말인지 아니면 그냥 영업용 멘트인지 확인할 길이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300만 원대의 대관료와 식대 8만 원이라는 금액은 이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마법이 걸리는 공간이더라. 옆방에서 다른 커플이 상담받는 소리가 웅웅거리는데, 괜히 우리가 더 좋은 조건으로 해야 할 것 같은 경쟁심마저 살짝 들었다. 그러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불쑥 찾아왔다.
공공 예식장 지원 소식을 듣고 든 의문
뉴스를 보다 보니 울산에서 공공 예식장인 ‘유온 웨딩’ 지원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예복부터 헤어, 메이크업까지 지원해준다고 하니 솔직히 조금 솔깃했다. 예식장 대관료 부담이 워낙 크니까 이런 지원책이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결혼식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파혼 소송이나 예식장 서비스 불만 후기로 고소당했다는 글들을 카페에서 읽고 나니, 결혼식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단순히 축복의 장소가 아니라 복잡한 이해관계와 돈이 얽힌 비즈니스 현장처럼 느껴졌다. 예식장 서비스가 엉망이었다는 글에 댓글로 싸우는 사람들을 보니, 결혼 준비하면서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생길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돈은 돈대로 쓰면서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는 게 과연 맞는 건지, 누구를 위한 결혼식인지 다시 묻게 된다.
그릇 세트 고르다가 멈춘 오후
주말에는 신혼 그릇 세트를 구경하러 백화점에 나갔다. 예식장 투어 때의 피로가 가시지 않아서인지, 예쁜 접시들을 보고도 감흥이 별로 없었다. 우리가 여기서 뭘 먹고 살까, 당장 내년 예식 비용부터 어떻게 메꾸나 하는 생각만 맴돌았다. 백화점 8층에 있는 브랜드 식기들은 하나같이 비싸고 예뻤는데, 세트로 사면 거의 100만 원이 훌쩍 넘어가더라. 결국엔 인터넷으로 좀 더 저렴하고 실용적인 걸 찾기로 하고 그냥 돌아왔다. 결혼 준비는 선택의 연속이라는데, 선택할 때마다 이게 최선인지 확신이 안 서는 기분이다. 식장 예약하고 나서 보증 인원 줄이려고 전화 한번 돌려봐야 하는데, 벌써부터 귀찮고 스트레스받는다. 웨딩플래너 자격증이라도 따야 이 굴레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그냥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다들 어떻게 버티는 걸까
남들은 예쁘게 사진 찍어 올리고 후기도 잘 쓰던데, 나는 왜 이렇게 하나하나가 숙제처럼 느껴질까. 어제는 예식장 대관료가 생각보다 비싸서 남자친구랑 사소한 걸로 말다툼을 했다. 식대 몇 천 원 차이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했지만, 사실 그게 수백만 원 차이가 나니까 예민해지는 거였다. 예식장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한 곳들은 이미 내 예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적당히 타협해서 예약했지만, 결혼식 당일 날 사람들이 밥 맛없다고 하지는 않을지, 스태프들이 불친절하게 굴지는 않을지 벌써 걱정이다. 3년 연애하고 결실을 맺는다는 게 이렇게나 피곤한 일인지 예전엔 정말 몰랐다. 오늘 저녁엔 그냥 라면이나 하나 끓여 먹고 빨리 자야겠다. 내일은 스튜디오 촬영 관련해서 연락 온 거 답장해야 하는데, 그것도 참 숙제 같다.
유온 웨딩 지원 사업 보니까, 결혼 준비하면서 느끼는 압박감 진짜 와닿네요. 예복 지원까지 하니까, 다른 사람들의 걱정도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예식장 투어 때도 그랬던 것처럼, 예뻐 보이는 것들 때문에 돈이 엄청 들 수 있다는 걸 깨달으니 지금은 오히려 그릇에 음식 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네요.